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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자 김상욱이 본 유발하라리의 사피엔스

by 맛 멋 미 2023. 6.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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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인문학을 넘나들며 대중과 소통하는 물리학자인 경희대교수 김상욱이 본 유발하라리의 사피엔스를 정리해 본다. 그는 이 책이 알찬 내용과 구성으로 되어있고 기존 역사서와 차별화된 독창적 관점을 지닌 점과 이야기를 잘 쓰는 이야기꾼이 쓴 가독성이 높은 책이라는 점이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다고 말한다. 이 책은 그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는데 그 내용을 살펴보자.

유발하라리의 사피엔스는 빅히스토리(인류의 기원부터 현재와 미래를 통합적으로 탐구하려는 움직임)류의 역사책이다. 통상의 역사책과 완전히 다른 독창적인 내용은 아니다. 다만 잊고 있었던 중요한 우리 문명의 특징에 대해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을, 남들이 강조하지 않고 간과했던 것을, 강조하면서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대단히 독창적이고 흥미로왔다고 말한다.

 

1. 인지혁명

인지혁명 파트가 다른 역사책에서 많이 강조하지 않은 독창적인 파트라고 한다. 고등학교에서 '종 - 속 - 과 - 목 - 강 - 문 - 계'라고 하는 생명의 분리 법을 배운 것에 따르면 우리 인간도 호모 속 사피엔스 종으로 분류할 수 있다. 호모사피엔스가 탄생했을 즈음 호모 속에는 인간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여러 종류의 호모 속(Genus)이 있었다. 지금은 다른 종들은 다 사라지고 우리 호모사피엔스만 살아남았다. 그 이유는(여러 논쟁이 있지만 많은 역사학자들이 동의하고 있는) 우리가 다른 친척들 다 멸종시켰다는 것이다. 속(Genus)까지 같다는 뜻은 비슷한 행동과 식성을 가지고 비슷한 곳에서 경쟁하게 된다는 뜻인데 결과는 우리와 가장 가까이 있는 다른 여섯 종은 다 사라졌다. 유발하라리는 "여기서 이상한 점은 옛날에 여러 종이 살았다는 사실이 아니라 오히려 지금 딱 한 종만 있다는 사실이다."라고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즉 우리가 다 멸종시켰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호모 사피엔스만 살아남아서 세상의 지배자가 된 까닭은 무엇일까? 여기서 인지혁명을 설명한다. 인지혁명이라는 것이 정확히 언제, 어떻게 일어났는지는 알 수 없지만 대략 7~3만 년 사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이때쯤 우리 인류가 완전히 새로운 어떤 사고방식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 전과 비교했을 때 인간은 이 세상을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보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특히나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완전히 새로운 의사소통 방식을 갖게 되었다. 이것은 언어만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상상의 산물을 우리가 믿고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설명할 수 있고 더 나아가서 우리 어떤 집단 전체가 하나의 상상을 동시에 믿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존재하지 않는 것(집단적 상상의 산물)을 말할 수 있는 능력, 이것을 유발하라리는 '인지혁명'이라고 말했다.

 

김상욱 교수는 삼성을 예를 들었다. 삼성이라는 주식회사는 실제로 존재하는 걸까? 당연히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 삼성은 건물일까? 그 건물에 다른 기업이 있을 수도 있으니 그것도 아니다. 그럼 삼성이라는 기업을 이루고 있는 사람일까? 계속 사람이 바뀌니 그것도 아니다. 그럼 삼성은 정확히 무엇일까? 이에 대한 답은 삼성은 법에서 인정한 법인(法人 : 자연인 이외에 법률에 의해 권리 능력이 부여되는 주체)이다. 우리가 이 기업에 법적으로 인간의 지위를 부여하여 마치 인간인 것처럼 땅을 소유할 수도 있고, 세금을 내기도 하고, 법적인 책임 또는 권리를 획득하기도 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실체가 없는 '인간이 만든 상상'이라는 것이다. 이런 상상의 질서를 믿지 않으면 자본주의 체제는 붕괴된다. 여기서 유발하라리는 국가도 상상이라고 말한다.

 

"멈출 수 없는 변화를 우리는 역사라고 부른다. 그러므로 인지혁명이란 역사가 생물학에서 독립을 선언한 지점이었다."라고 유발하라리는 말한다. 즉 인간이 상상으로 만들어낸 실제 하지 않는 것들을 중심으로 우리 인간의 역사를 만들어 가기로 한 것이다.

 

유발하라리는 인지혁명 파트에서 좀 안타까운 인간의 어두운 면을 이야기한다. 호모사피엔스는 아프리카에서 출현했고 오래 머물다가 전 세계로 뻗어 나갔다. 호모사피엔스가 도착한 지역들은 전부 똑같은 일들이 벌어졌다. 이들이 도착하자마자 대형동물이 전부 사라졌다. 이들은 자신과 경쟁관계에 있는 종을 다 없애고 자신에게 도움이 된다면 생태를 완전히 파괴하고 자신에게 위협이 되는 모든 대형동물을 다 죽여버리는 아주 호전적인 동물이라고 표현했다.

 

2. 농업혁명

"농업혁명은 인류 역사상 최대의 사기이다"라고 유발하라리가 말했다. 김교수는 처음에는 너무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맞는 말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말한다. "농부들은 대체로 수렵채집인들 보다 더욱 힘들고 불만스럽게 살았다"라고 책에서 말했고 그 이유는 식량 생산은 많아졌지만 그만큼 많은 노동을 하였으며, 가축과 같이 살게 되면서 전염병이 많이 걸렸고 그로 인해 많은 사람이 죽었다. 집단생활을 하게 되면서 움직일 수도 없이 한 곳에 묶여 버리는 생활이 되었다. 시간적으로는 인간의 감각이 바뀌게 되는 데 농업을 한다는 것은 끝없이 날씨를 걱정하는 삶이 된 것이다. 비가 많이 와도, 적게 와도, 태풍이 와도, 너무 더워도 안 되는 끊임없는 걱정과 새벽부터 해가 질 때까지 하루 종일 일을 해야 했다. 심지어 유발하라리는 "우리가 밀을 길들인 것이 아니다 밀이 우리를 길들였다"는 표현까지 했다.

 

농업혁명으로 출생률, 사망률 모두가 증가하였다. 출생률이 더 많아서 인구는 증가하였고 결국 지배종이 되었으나 인간은 더 행복해졌을까?라는 의문을 남기게 된다. 이 책에서 유발하라리는 "더 많은 사람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 있게 만드는 능력이 농업혁명은 덫이었다"라고 말한다. "평균적인 농부는 평균적인 수렵채집인 보다 더 열심히 일했으며 그 대가로 더 열악한 식사를 했다. 농업혁명은 역사상 최대의 사기였다" 그는 또 "그런 거래에 동의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농업혁명은 덫이었다"라고 까지 비탄해한다.

 

농업혁명은 인간에게만이 아닌 가축에게도 재앙이 되었다. 지금 현재 지구상에서 사육되는 가축이 좋은 환경에서 자기의 수명대로 사는 것이 없는 것이 그 이유이다. 가축은 다만 인간의 먹이로 경제적인 가치가 있을 때에 강제로 도축될 뿐이다.

 

농업혁명은 뜻하지 않은 다른 종류의 재앙도 불러왔다. 그건 바로 '불평등'이다. 잉여식량이 생기면서 누군가는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서 무리의 지배자가 나온 것이다. 그들은 더구나 그 지위를 공고히 하기 위해서 신에게서 권위를 부여받았다는 상상의 믿음을 만들어 낸다. 신화와 종교가 탄생하게 되었다. 즉 내가 일하지 않는 것은 신이 나에게 준 권리라고 믿게 만든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불평등이 심화되며 많은 역사적 사건들이 일어났고, 지금은 민주주의 근원인 자유와 평등은 사람은 평등하게 창조되었고 창조주에게 생명, 자유, 행복 추구를 포함하는 양도 불가능한 권리를 부여받았다고 인간들은 믿고 있다.

 

여기서 김상욱교수는 "인간이 갖는 이런 중요한 권리를 과학적으로 설명 가능한가?"라고 질문한다면 그는 아니라고 답하겠다고 한다. 인간이 갖는 이런 권리야 말로 진정한 상상의 산물이다. 과학적으로는 인간이 다른 생명체보다 더 소중하다는 걸 입증할 수 없다. 생물학적으로 똑같은 구조를 가지고 있다. 만일 여기에 외계인이 있어서 식물과 인간 중에 무엇이 더 중요한가라고 물으면 당연히 식물이라고 답한다고 한다. 식물이 사라지면 지구상에 산소가 사라지니까 초식동물, 육식동물이 차례로 없어지며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가 전멸한다. 하지만 인간은 없어도 지구의 생명계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오히려 인간은 지구의 환경까지도 파괴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인간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면 인간을 선택한다. 그 이유는 그렇게 하는 것이 맞다고 우리가 상상으로 믿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것이 객관적인 진리라서가 아니라 이것을 믿으면 우리 인간이 더 효과적으로 협력하고 행복하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물리학자 다운 과학적 관점에서의 뼈 있는 의견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로 하여금 상상의 질서를 믿게 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 질서가 상상의 산물이라는 것을 결코 인정하지 않아야 한다." 여기서 유발하라리가 한 말은 전체적인 내용이 독창적인 것은 아니지만 그가 이렇게 명징한 "상상의 산물"이라는 키워드를 사용해서 쉽게 설명한 것이 이 책의 특징이다.

 

3. 인류통합

농업혁명 이후 약 17세기까지의 인간의 역사를 유발하라리는 몇 개의 키워드로 정리하였다. 첫째로 역사의 통합을 말한다. 인간의 역사는 어떤 통일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이 통일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이유는 인지 혁명으로 만들어진 인간의 소통 능력 때문이다. 집단생활을 하는 다른 생명체 즉, 개미, 벌, 침팬지는 단지 혈연 집단으로만 구성되어 혈연이 아닌 다른 개체 집단과는 협력을 못하는데, 인간은 상상의 산물인 소통 능력으로 인해 혈연이 아닌 전혀 다른 개체 하고도 협력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호모사피엔스의 뇌용량은 친척이었던 네안데르탈인 보다 작다고 고고학적으로 증명이 되었다. 인간들은 처음에는 뇌가 상대적으로 크고 똑똑해서 우리가 지배종이 되었다고 생각하다가 오히려 작은 뇌를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여기에 인간은 협력을 통해서 각 개인들이 알아야 할 지식의 양이 줄어서 뇌가 작아졌다는 가설을 세우게 된다. 사실 자급자족이 가능했던 고대 수렵채집인들은 사냥하고, 손질해서 요리하고, 집을 짓고 등등 혼자서 모든 것을 할 줄 아는 만능인이어야 생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인간은 사회를 이루면서 협력하며 살아가는 방법을 택하면서 하나만 잘하면 살 수 있었다. 따라서 뇌가 클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이에 반대급부로 인간은 사회(집단) 밖에서 생존이 불가능에 가깝게 되었다. 사회가 통합되어 가면서 인류통합을 위한 보편적 질서가 생겨난다. 유발하라리는 이를 경제적, 정치적, 종교(사상)적 질서로 정의하고 있다.

 

첫 번째 경제적 질서의 근본은 화폐다. 이는 인간 상상의 산물의 전형적인 예의 하나이다. 가령 나와 바나나를 들고 있는 침팬지가 있다고 가정하자. 내가 배가 고파서 바나나를 뺏어 먹고 침팬지에게 화폐를 준다면 침팬지는 어떤 행동을 할까? 당연히 화폐를 찢어버리고 난리가 날 것이다. 즉 침팬지에게 화폐는 종이일 뿐이다. 또 대한민국 국민과 타국민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대가로 타국 화폐를 받았는데 그 나라가 없어진다면 내가 받은 화폐는 종이 이상이 아닌 것이다. 나라가 위험해지면 금융위기가 오는 것도 비슷한 이치라 보면 된다.

 

두 번째 정치적 질서의 근본은 국가(단체, 집단)이다. 대한민국은 아픈 과거를 가지고 있어서 유발하라리의 의견에 동의하기 어렵지만 그는 제국주의를 좋게 생각한다. 그는 제국이야말로 가장 안정된 형태의 정부라고 이야기한다. 인류역사를 통틀어 보면 로마제국이 통치하던 시기에 그 통치하에 있던 지역은 상대적으로 안정된 생활을 영위하였다. 제국은 힘이 센 조직이어서 몽고제국도 영국(지금은 미국) 제국도 굉장히 넓은 지역을 그들의 방식으로 안정화를 이룬 사회였다. 총칼로 위협을 해서 자신들의 문화를 강요하긴 하였지만 그 덕에 제국의 문화는 널리 퍼지게 되었다. 우리는 자체의 고유한 문화를 가진 흔치 않은 작은 나라이어서 조금 예외라 할 수 있지만 우리도 제국문화의 영향을 받았고 지금도 받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세 번째는 종교적 질서이다. 유발하라리는 "종교는 초인적 질서에 대한 믿음을 기반으로 하는 인간의 규범과 가치 체계"라고 정의한다. 초기의 신은 어느 문명권이나 다신교이었다. 신이 도입되는 순간 인간은 동물과 분리할 수 있었고 신이 인간에게 중요한 권한을 주게 된다. 동물을 지배하고 마음대로 죽여도 되는 권한을 받은 것이다. 아마도 인간이 종교가 필요했던 것은 인간이 자연과 분리되면서 죄책감을 덜어야 했기 때문에 필요했을 것으로 추측한다. 시간이 흘러 유일신의 종교가 생기고 그들은 탄압을 받게 된다. 그 이유는 자신이 믿는 신 이외에는 신이 아니라고 하여 문제가 생긴 것이다. 힘을 가지고 있는 자신들의 신과 자신들이 적절히 인정해 주어 제국(조직)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는 피지배층의 신을 부정하는 상황을 그들은 묵과할 수가 없어서 탄압을 하였다. 신을 이용하여 인간이 만든 모든 상상의 체계를 권력자가 마음대로 하는 것에 방해물이 되기 때문이었다.

 

지금의 우리는 근대를 종교에서 벗어난 시대라고 생각을 한다. 유발하라리는 오히려 "근대는 강력한 종교적 열정의 시대이다. 전대미문의 포교노력과 역사상 가장 피비린내 나는 종교 전쟁의 시대였다."라고 말한다. 힘 있는 나라들이 근대 시기를 통틀어서 식민지 개척을 적극적으로 하였다. 총칼을 가지고 아시아 아프리카를 식민지로 만들면서 그들은 힘을 써야 할 때 종교를 핑계로 내세웠다. 우리 선교사를 너희가 죽였다. 미개한 너희를 깨우쳐주려고 왔다. 어이가 없지만 그들은 당당한 명분으로 종교를 방패 삼아 자신들의 야욕을 채우려고 피비린내 나는 살육전쟁을 벌였다. 또한 국가주의, 민족주의도 종교와 다르지 않다. 세계 1, 2차 대전은 민족주의를 내세운 전쟁이었다. 영국과 독일의 전쟁이라고 보아도 크게 틀리지 않다. 영국은 앵글로섹슨족이라고 한다. 섹슨족은 결국 게르만족(독일계)이다. 독일은 자신들의 민족끼리 민족주의 명분으로 싸운 어처구니없는 전쟁으로 세계를 유린하고 더더구나 유태계를 600만 명이나 살육하는 만행까지 벌이게 된다. 민족주의라는 종교의 이념으로 너무나 많은 사람을 살생하였다. "상상의 산물"인 종교, 국가주의, 민족주의, 인본주의 등으로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조그마한 차이를 만들어 힘(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였던 전쟁으로 지난 200년 동안 약 일억 명의 사람이 죽었다.

 

저자는 "수많은 종교가 근대에 새로이 등장했다. 자본주의, 민족주의, 공산주의, 국가사회주의 등등. 이들은 스스로를 이데올로기라고 칭하지만 이는 단순히 용어상의 문제일 뿐이다."라고 "상상의 산물"을 말한다. 또한 "상상의 질서를 빠져나갈 방법은 없다. 우리가 감옥 벽을 부수고 자유를 향해 달려간다 해도, 실상은 더 큰 감옥의 더 넓은 운동장을 향해 달려 나가는 것일 뿐이다."라고 자조(내 생각)를 하고 있다.

 

4. 과학혁명

과학혁명은 대략 17세기쯤에 시작되었고 지금도 과학혁명 중이다. 과학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이 책에 따르면 무지를 기꺼이 인정하는 것이다. 빅뱅이 왜 있었는지, 빅뱅 이전에 무엇이 있었는지, 지구상 최초의 생명체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외계의 생명체가 있는지 위의 아무것도 모른다. 모르는 것이 있기 때문에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 목표가 생기고 그 목표에 대해서 언급을 하는 것이 과학이다. 무지를 인정하는 순간 아는 것이 무엇인지 설명할 수 있는 것이 과학의 중요한 점이다. 이런 과학의 연구 자체에도 인간의 "상상의 산물"이 영향을 준다. 과학 연구의 자금이 지원된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연구의 결과가 정치적, 경제적, 종교적 목적 달성에 도움이 된다고 누군(힘을 가진 자)가 믿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을 왜 지금 연구할까? 왜 하필 지금 빅데이터를 연구할까? 그건 이 시대에 가장 잘 나가는 기업(조직, 국가)들이 연관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제국과 과학은 공통점이 많다. 지구와 태양 사이의 거리는 얼마일까?라는 과학적 질문에 대한 답은 지구의 여러 지점에서 금성의 위치를 측정하여 삼각 측량법으로 지구와 태양사이 거리를 알 수 있다. 이 당시의 영국 왕립학회는 자금을 지원하여 탐사대를 보낸다. 자금을 지원한 이유는 더 많은 이익을 얻으려는 생각이었다. 이 탐험가들이 대양 항해의 시대를 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대양 항해를 하기 위해 필요했던 경도 측정 같은 여러 과학적 기술들을 발전시켜서 서양이 세상을 지배하는 데 필요한 기술적 바탕을 완성한다. 대양 항해에 필요한 기술, 무기들은 과학 기술이 발전하였기에 가능한 것이다. 이 당시의 탐험가(정복자)는 과학자와 비슷했다. 이들의 특성은 무지를 인정하고 직접 가서 물질적 증거에 의한 확인을 하는 과학자의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과학기술이 중요한 역할을 하여 제국주의는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었다.

 

또한 과학기술은 자본주의의 엔진역할을 하였다. 서구 사회가 세계를 지배하는 데 가장 중요한 무기가 과학혁명과 자본주의(돈)이다. 우리가 경제라고 말할 때 가장 중요한 키워드가 하나 있다. 바로 성장이라는 단어이다. 자본주의는 성장이 멈추면 망하는 것이고 마이너스(-)이면 재앙이 된다. 지구는 유한한 데 어떻게 지금까지 계속 성장할 수 있었을까? 이 책에서는 이런 예를 들고 있다. 은행, 인테리어업자(100만 원 자산 보유함), 제빵사가 있다. 인테리어 업자가 100만 원을 은행에 입금한다. 제빵사가 가게를 키우려고 은행에서 100만 원을 빌린다. 제빵사는 인테리어 업자에게 일을 시키고 100만 원을 준다. 인테리어 업자는 은행에 100만 원을 입금하여 통장잔고가 200만 원이 된다. 현찰은 100만 원뿐인데 잔고가 200만 원이 된 이유는 앞으로 세상이 좋아져서 제빵사의 장사가 잘 될 것이라는 믿음으로 만들어진 신뢰와 신용이 바탕인 새로운 종류의 가치이다. 여기서 제빵사가 돈을 벌 것이라는 믿음이 사라지는 순간 자본주의는 멈춘다. 즉 자본주의는 미래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굴러가는 시스템이다. 그러니까 여기서 성장이 없어지는 순간 자본주의는 붕괴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이에 근거하여 칼막스가 공산주의를 말하고 자본주의는 영원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자본주의가 지금까지 붕괴하지 않은 이유는 계속 성장이 유지되었고 위기의 순간마다 과학기술이 발전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끝없이 과학기술의 발전이 없다면 성장을 멈출 수도 있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질문을 하여야 한다. 이런 식으로 영원히 발전할 수 없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저자는 "지구의 한 켠에서는 현재 경제가 성장하는 데는 수 없이 많은 범죄와 악행이 뒤따랐다. 과학혁명은 역사의 종말을 불러올지도 모르고 뭔가 완전히 다른 것을 새로이 시작하게 할지도 모른다."라고 피력하였다.

 

과학혁명으로 인류는 행복해졌을까? 이 책의 마지막은 놀랍게도 행복에 대하여 말하고 있다. 상식적인 행복이 아닌 생화학적인 행복을 말한다. 생화학적 행복은 세로토닌(뇌의 시상하부 중추에 존재하는 신경전달물질)이라는 호르몬의 수치에 따른 인간의 감정을 말한다. 3에서 7까지 수치가 있고 높을수록 행복감을 갖는다고 가정하고 예를 들어 한 사람이 아침에 최고로 좋은 일이 있었고 점심때 또 최고로 좋은 일이 있고 저녁에도 마찬가지인 상태에서 연인과 가장 좋은 시간을 보낸다면 그는 얼마의 수치가 될까? 과학적으로는 7이다. 그 이상 올라갈 수가 없는 것이다. 행복은 지속 가능한 감정이 아니기 때문이다. 올더스 헉슬리(Aldous Huxle, 1894~1963년)가 쓴 '멋진 신세계'란 책이 있다. 이 책의 내용 중에 만약에 인류가 부작용이 전혀 없는 마약을 만들었고 모든 사람이 하루에 한 알씩만 먹으면 된다고 했을 때 인간은 어떻게 할까요? 이 책에서는 사람이 아기를 낳을 수 없고 인공수정으로 낳아서 국가에서 키우고 장래도 보장한다고 합니다. 과연 멋진 신세계일까요?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과연 우리 사회의 올바른 목표가 될 수 있을까? 이것이 바로 이 책이 마지막에 던지는 질문입니다. 어떤 것이 선하고 악한지, 좋은 지 나쁜 지, 다 인간이 만드는 것이다. 이 자연에는 인간이 만든 가치는 없다. 지구는 태양 주위를 돈다. 이것은 정의로운 일도 아니고 행복한 일도 아니다. 나쁜 일도 아니고 좋은 일도 아니다. 그냥 도는 것이다. 이것이 과학적 팩트인 것이다. 과학 그 자체는 인간에게 행복도 불행도 아니다. 인간이 의미를 만들 뿐이다.

 

이 책은 예기치 못했던 결론으로 끝난다. 인간의 역사를 전부 소개한 마지막에 유발하라리는 결국 인간 삶의 목표가 끊임없이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인가? 그것이 도달 가능한 목표인가? 를 이야기하면서 끝을 맺고 있다.

 

김상욱 교수는 유발하라리가 인간의 역사를 멋지게 정리하려고 책을 쓴 것이 아니고 우리가 욕심을 내려놓고 소비적인 자본주의의 시대에서 다가오는 미래를 우리의 행복과 말초적인 만족을 추구하는 삶에서 벗어나서 인간의 역사를 완전히 다른 방법으로 한 번 생각해 보면 어떨까 하는 급진적인 말을 하고 싶었던 것 같다고 소감을 말한다.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진정한 질문은 우리는 어떤 존재가 되고 싶은가가 아니라

우리는 무엇을 원하고 싶은가? 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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