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세 철학자 김형석 소개
대한민국의 수필 작가 및 철학자 겸 연세대학 철학과 명예교수인 김형석은 1920년 4월 23일 평안남도 대동에서 태어났다. 1943년 일본 조치대학(上智大學) 철학과를 졸업했다. 미국 시카고 대학교 철학과 연구교수 및 하버드 대학교 철학과 교환교수 등을 역임하였으며 오스틴 대학교 철학과 객원교수 등으로 출강하기도 했다. 대한민국 서양 철학자 1세대로 불리는 원로 철학자 겸 대학 교수이기도 하다. 도산 안창호 강연을 들었고 윤동주 시인과 동문수학했으며 김일성이 초등학교 선배다.
1959년 삼중당에서 간행한 수필집 '고독이라는 병'은 전후 최고의 베스트셀러가 되어 널리 읽혔다. 이후 '영원과 사랑의 대화(1961)', '운명도 허무도 아니라는 이야기(1963)', '조국에의 향수(1964)', '오늘을 사는 지혜(1964)', '현대인과 그 과제(1966)', '김형석 에세이 전작집 (10권, 1968)', '보이지 않는 희망(1976)', '내일을 위한 대화(1977)', '잠들지 않은 영혼을 위하여(1979)', '당신은 누구이고 나는 누구입니까(1993)', '우리는 희망을 먹고살아야 합니다(1998)', '산다는 것의 의미(2005)', '무엇을 위해 사느냐고 물으면(2005)', '인생이여 행복하라(2006)', '세월은 흘러서 그리움을 남기고(2008)', 등의 책을 집필하였고 103세인 현재(2023)도 집필과 강연 및 신문 칼럼을 쓰는 등 영원한 현역으로 지내고 있다. 그의 수필은 사소한 일상사 속에서 작은 진리의 아름다움을 발견해 내며, 이와 아울러 현대인의 보편적 삶의 본질에 대해 성찰하는 자세를 보여준다. 또한 그의 문체는 시적이라 할 만큼 감성적이며 특히 수상록적인 에세이에서는 '사랑은 인격의 창이며 출구이다'와 같은 단장 형식의 은유적 수사학을 즐겨 구사한다.
'인생문답' 줄거리
이 책은 일반인 100명이 궁금한 질문 31가지를 묻고 답하는 형식으로 집필한 책이다. 그중 세 가지를 정리해 보겠다.
첫째 질문은 노년에도 새로운 즐거움이 있을까? 행복한 노년을 보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에 대한 노 철학자는 인생이 100년이라면 어떻게 살아야 지혜롭고 후회 없이 살 수 있을까? 결론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60세가 넘으면 무조건 공부해라. 내가 나를 정신적으로 키우고 성장해야 하니까 공부하라는 겁니다. 60세 이후에는 지금까지 못했던 공부를 다시 시작하라는 뜻이 하나가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60세 이후에는 독서를 많이 하라는 뜻이 있습니다. 내 인생을 살 찌우기 위해서 남은 여생을 보람 있게 살기 위해서 지식이나 생활 내용을 풍부하게 공부해야 합니다. 선진사회라고 하면 어디를 가든지 독서를 생활화하고 있습니다. 이건 대단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책을 읽는 사회와 읽지 않는 사회는 개인의 차이뿐 아니고 그 사회의 수준까지 결정을 짓습니다. 그래서 공부하고 독서하는 일은 내게 주어진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는 절대로 놀지 말라입니다. 노는 사람은 인생을 잃어버리고 일하는 사람은 인생의 열매를 거둘 수 있습니다. 봉사활동을 해도 좋고 무슨 일이든 해야 합니다. 어느 상담을 하는 할머니 교수를 만났는데 그녀가 하는 말이 봉사활동을 하는 사람은 행복하고 하지 않는 사람은 인생을 잃어버린다고 합니다. 남을 위해 봉사하는 것 같지만 그 봉사활동을 통해 내가 더 보람을 느끼고 행복해진다는 것을 해본 사람은 압니다. 90세가 되기 전에 늙었다 하는 생각을 절대로 가질 필요가 없습니다. 90세쯤 돼서 늙었다고 하면 그건 나도 느꼈으니까 인정합니다. 세 번째는 60세가 넘어서 이제 인생을 행복하게 살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취미 활동을 시작해야 합니다. 노년이 되어 새로운 행복을 찾는 방법은 공부하고 일하고 취미 생활을 하는 겁니다. 앞으로 주어진 세월을 아무 준비도 없이 지내면 결국은 공허한 삶을 살 수밖에 없습니다. 이 세 가지 중에 하나라도 계속한 사람은 보람과 행복을 누리고 자녀들로부터는 존경을, 이웃과 더불어는 즐거움을, 사회적으로는 고마움을 받으며 살 수 있습니다. 살아보니까 90세가 되기 전에는 신체 건강이 정신을 이끌고 가는 데 90세가 넘으니까 정신적 건강이 신체를 끌고 가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기억력은 떨어지지만 사람의 정신력은 좀처럼 늙는 게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기억력이 떨어지니까 사고력이 올라가는 겁니다. 사고력은 기억력보다 소중합니다. 나이가 들어서 리더가 되는 것은 기억력이 멈춰지더라도 사고력 창조력은 확장되기 때문에 가능한 겁니다. 뇌의 기능은 좀처럼 늙지 않는다고 과학적 실험으로도 증명이 되고 있습니다.
두 번째 질문은 노년의 고독은 피할 수 없는 건가요? 나이가 들면 사랑하는 사람도 곁에서 하나둘씩 떠나고 세상과도 멀어지게 되어서 젊을 때 느끼는 고독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인간은 정신적인 존재입니다. 정신적 존재의 특징은 사귐이 있다는 겁니다. 가족 이웃 친구들이 사귐의 대상입니다. 그러나 주변에 아무도 없어서 사귐과 대화가 끊어지는 마음의 상태를 고독이라고 부릅니다. 단순히 육체가 혼자 있다고 고독은 아닙니다. 이럴 땐 자신에게 묻고 답하는 행위를 하십시오. 위대한 철학자들도 그렇게 했습니다. 사색을 하던, 음악을 듣던, 그림을 보던, 책을 읽던, 이런 행위의 대화를 하면 고독을 느끼지 않게 됩니다. 정신생활이 빈약한 사람은 자신과의 대화가 없어서 혼자 있으면 고독을 느낍니다. 또 하나의 육체를 가진 타자를 찾아 거리로 나가던 친구들과 모여 떠들던 하여서 고독을 메우려 합니다. 반면 정신력이 강한 사람의 고독은 자기 성장이나 유지에서 오는 고독인데 이것이 더 힘듭니다. 시설 좋은 요양병원에 있어도 불행하고 고독하다고 느끼게 되는데 바로 주변으로부터 소외되고 잊힌다는 생각이 드는 겁니다. 사회에서 밀리고 밀려 이곳까지 왔다고 생각이 드는 겁니다. 소외와 고독에서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이 절박한 겁니다.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가족과 이웃과 주변 사람들과 사랑이 있는 인간관계를 회복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사람 말고 내가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사람과 좋은 시간을 보내야 합니다. 같은 어떤 것을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면 더욱 좋습니다.
세 번째 질문은 살면서 찾아오는 고통의 순간은 어떻게 극복해야 하나요? 등산하는 사람들은 이미 각오를 하고 있어서 무거운 가방을 메고 가도 힘들다고 하지 않습니다. 고생 없이 편하게 살겠다고 하는 사람에게 고통이 오는 겁니다. 즉 사랑 없는 고생이라면 고통을 느끼게 됩니다. 100년을 살아보니 사랑하는 대상을 위해 하고 있는 고생이 제일 큰 행복이고 고생의 짐을 질 줄 아는 사람이 인생을 알게 되는 것 같습니다. 가족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고 국가를 사랑하는 맘으로 살아가십시오. 사랑이 있는 고생을 못해본 사람은 고해와 같은 허무한 인생을 살아서 불행만 느끼게 된다고 요즘 젊은이들에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련을 극복하지 못하면 행복도 우리 것이 되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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